정부가 시세 9억원 초과 아파트의 내년도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올리며 강남권 다주택자들은 올해보다 50%가량 보유세가 늘어나게 됐다. 20억원 안팎의 아파트들이 밀집한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단지 내 부동산.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가 시세 9억원 초과 아파트의 내년도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올리며 강남권 다주택자들은 올해보다 50%가량 보유세가 늘어나게 됐다. 20억원 안팎의 아파트들이 밀집한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단지 내 부동산.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가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의 내년도 공시가격을 집중적으로 올린다. 시세 9억원 이상 아파트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용산·마포 등은 내년도 공시가격이 20~3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시가격은 각종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와 복지 분야에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내년에 서울 주요지역 다주택자들은 올해보다 50%가량 늘어난 보유세(재산세+종부세) 고지서를 받게 된다. 정부는 앞으로도 공시가격을 실거래가격 수준으로 올릴 방침이어서 보유세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공시가 현실화율 최고 80%로

국토교통부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초고강도 대출 규제 등이 담긴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을 내놨다.

국토부는 내년 공시가격을 결정할 때 올해 상승분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가격대별로 현실화율을 차등 적용한다. 시세 9억~15억원 주택은 공시가격에 시세의 70% 미만을 반영한다. 15억~30억원 주택은 75% 미만, 30억원 이상은 80% 미만을 각각 적용한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은 평균 68.1%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지나친 공시가격 급등이 이뤄지지 않도록 가격대별 상한을 뒀다”며 “9억~15억원 주택은 최대 8%포인트, 15억~30억원 주택은 10%포인트, 30억원 이상 주택은 12%포인트가 상한”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내년 단독주택 공시가 6.8% 올라…동작구 10.6% '상승 1위'
내년 전국 단독주택 공시가 4.5% 올라

단독주택도 시세 9억원 이상의 경우에 한해 현실화율을 55%까지 높이기로 했다. 올해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평균 53%다. 김 정책관은 “고가 단독주택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을 대폭 상승시켰다”며 “현실화율이 공동주택보다 낮은 건 중저가 단독주택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18일부터 올해 표준단독주택 소유자 열람 및 의견 청취에 들어간다.

열람안에 따르면 내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는 전국 평균 4.5% 상승한다. 지난해(9.13%)보다 상승폭은 줄었으나 5년 연속 4% 올라 보유세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서울(6.8%), 광주(5.9%), 대구(5.8%) 순으로 상승률이 높다. 서울에선 동작구가 10.6%로 가장 많이 오른다. 이어 성동(8.9%), 마포(8.7%) 순이다. 서초(6.6%), 강남(6.4%), 송파(6.8%) 등도 6% 이상 오른다. 64.8% 수준인 토지(전통시장 제외) 현실화율도 7년 안에 7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앞으로 공시가격이 계속 오를 예정이어서 보유세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국토부는 내년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내놓으면서 공시가격의 최종 현실화율 목표치와 도달기간 등을 밝힐 계획이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최종 목표치가 올해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통해 지속적으로 현실화율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날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 방안도 내놨다. 표준주택과 개별주택의 변동률 차이, 단독주택 공시가격과 공시지가의 역전 현상 등을 막기 위해 산정 절차를 객관화하기로 했다. 오류 발생 시 한국감정원에 공동책임을 묻기로 했다.

똘똘한 두 채 보유세 4000만원

공시가 현실화율 상향 조정으로 내년 보유세 부담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에게 의뢰해 보유세(1주택자, 만 59세 미만, 5년 미만 보유)를 계산한 결과, 공시가 10억원이 넘는 아파트 보유세는 대부분 상한선(50%)까지 치솟는다.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보유자는 내년 보유세로 1333만원을 내야 한다. 올해 908만원에서 46.8% 늘어난다. 정부의 공시가 현실화 방안 기준을 적용하면 이 아파트 공시가격은 올해 17억4000만원에서 내년 25억6000만원으로 46.8% 오른다.

‘똘똘한 두 채’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은 수천만원 뛴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와 대치동 은마 전용 84㎡를 보유한 2주택자의 내년 보유세는 6886만원에 달한다. 올해(3213만원)와 비교하면 114.3% 급등한다. 올해 보유세로 6112만원을 낸 3주택(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은마 전용 84㎡,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 보유자는 내년 1억457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최진석/양길성 기자 iskra@hankyung.com